"이 글은 본인의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적은 글이므로, 사실 여부에 대한 일체의 논박을 거절합니다."
나 또한 불안장애를 2년 동안 겪으면서 '지옥문' 앞까지 갔다온 경험자로서 현재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한다.

불안장애를 다루는 두번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3. 불안 장애 - 왜 하필 불안장애인가?


불안장애를 겪으면서 힘들고 답답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전혀 우리의 상황이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다. 사람들에게 불안하다고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이야기 한다.
"불안해 하지마"

나도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교회다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거의 비슷하다.

"불안해하지 마세요.... 하나님이 우리의 삶을 모두 돌보고 계시는 데 불안해할 이유가 없잖아요....
불안해하는 건 믿음이 없다는 거고, 아직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거랍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세요...
그리고 불안한 마음이 밀려올 때마다 기도하세요.....그 불안한 마음을 대적하세요.."​

친구에게 말하면 친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왜 불안하지?"

불안을 겪는 우리들로서도 환장할 노릇이다.... 왜 불안한 걸까.....난 불안하고 싶지 않은데...
사람이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이나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조건에 오래 있다보면 몸이 어떤 모양으로든 그 당사자에게 신호를 보내기 마련이다. 그 신호를 통해 얼른 그 상황과 조건에서 벗어나라고.... 그래서 몸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한 상황이 되면 어떤 사람은 손바닥에 땀이 흥건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겠다.
어떤 사람은 눈이 뻑뻑해 올 것이다.
어떤 사람은 오줌이 마렵거나 뒷간(화장실)이 고파질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마다 불안한 상황에 자신의 몸이 대처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스트레스 상황이나 불안한 조건을 조기에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본인의 몸에 오는 이상신호 또한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결국 몸이 병든 사람들이 꽤 있는데.....어떤 사람은 뇌압이 상승하여 뇌의 모세혈관이 터져 경증이지만 뇌출혈이 왔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가 과도하여 신장이 망가지는 바람에 투석에 들어갔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이 올때마다 오줌이 너무 마려워져 곤란한 상황에 자주 맞닥뜨린다.
어떤 사람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3개월 받더니 30세 초반인데 고혈압이 와서....6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고혈압 약을 먹고 있다. 그는 아마도 남은 평생 고혈압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가 심한 어느 겨울날 입이 돌아갔다...(구안와사가 온 것이다.)
어떤 사람은 40대 후반에 결국 위암에 걸렸다.

 

 

(feat. 블로그 주인, 직장생활이 이리도 빡센 것인가......목숨을 걸만큼 소중한 것인가....생각하게 된다.
위의 사례는 모두 나와 같은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들이다. )

나의 경우에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사실 불안장애보다 간의 면역력이 먼저 무너졌다(간암 표지자 지수인 AFP가 95나 나왔다. 이 수치는 간암 환자들에게나 나오는 수치라고 했다).....술담배도 안하는 자연의 몸을 가진 나인데 말이다.....

"사람마다 그렇게 세상풍파에 시달리고 헤매다 병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을 좀 내려놓고 제발 좀 쉬라고 몸이 우리에게 병을 통해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불안도 그 많은 '병증'들 중 하나인 것이다." ​

하지만
(사실 나 역시 수긍이 힘들때도 있지만) 스트레스의 결말로 우리가 고혈압이나 위암에 걸리지 않은 것이 어딘가!!!!
사람들이 우리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저어도....신장이 망가져서 투석을 3일에 한번씩 신장이식 받을 때까지 받아야 한다면 우리의 삶은 또 얼마나 많이 망가졌겠는가? 어쩌면 몸 전체가 망가져 암에 걸리거나 신체 장기 중 일부가 망가진 것보다 내가 조금 불안한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나 역시 환청이 들릴 지경의 불안장애 끝판왕을 겪어봤기에......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그저 우리는 우리의 신경계와 호르몬 계가 잠시 균형을 잃어 불안한 것일 뿐...우리의 장기(간, 폐, 신장, 위 등)들은 여전히 작동해주고 있다.....​

4. 불안장애 - 불안한 거 가지고 병원은 무슨....​

불안장애를 겪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외래만 다니고 집에서 불안장애와 홀로 싸우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의 경우는 생업을 포기할 수 없으니 자영업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약을 복용할 것이다.

내가 지난번 글 불안장애를 다루는 법(3)에서 이미 말한 적이 있지만​

ㄱ) 장기적으로(적어도 6개월 이상)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불안이 완전히 잡히지 않는 경우
ㄴ) 시간이 갈수록 불안장애 증세가 심해지는 경우​

에는 난 개인적으로 입원을 권한다.

불안장애가 길어져 약을 길게 복용하게 되면 우리 몸은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약에 대해서도 내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한 거 가지고 병원 입원은 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있는데
일부 상담까페나 불안,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까페에 들어가보면 '불안'과 동행하는 삶....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위로인냥, 해결책인냥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아마도 오랜기간 동안 불안증세가 잘 잡히지 않고, 또 겨우 잡았다가도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라. 언제까지 지금의 환자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
불안을 느끼고 불안으로 인해 심장이 빨리 뛰고.......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갑자기 죽을 것 같은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 응급실로 뛰어가고.... 막상 뛰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버리는....
그런.... 삶 같지 않은 삶을 언제까지 계속할 셈인가.....

나도 그랬지만 병원 입원을 결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세월이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불안장애로 입원하게 될 병원은 소위 '(신경)정신 병동'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입원 내역이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히 '신경정신 병동'은 본인의 동의없이는 그 어디에도 해당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단, 병원에 입원하게 될 경우에는 두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그곳은 엄연히 '신경 정신병동'이다.

따라서 말그대로 정신병자(바뀐 의학용어로는 '조현병')들도 입원해 있다. 그들과 같은 방은 아니지만 같은 병동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완전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자세히 말하는 걸 들어보면....완전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또, 그곳에는 말기 치매환자들도 간혹 들어온다.
말기 치매환자들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정상적인 대화가 되지 않으며, 밤에는 가끔 환상을 본다....
그리고 우리처럼 그냥 불안함을 견디지 못해서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도 들어온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마음을 조금은 다져 먹을 필요가 있다. ​

둘째는, '신경정신 병동'은 각종 통원입원실비보험의 정산 대상이 아니므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최근 보험법이 개정이 되어 2-3년 내에 보험을 새로 가입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만약 그보다 오래전부터 통원입원 실비보험을 들었다면 대부분의 약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약관에는 버젓이 정신질환 및 이에 근거한 병상이라고 적혀있거나, 다른 곳에는 '심신 미약'이라는 애매한 표현들이 들어있다.(Feat. 블로그 주인.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알코올 중독도 실비가 안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원하면 이런 점들이 이롭다.​

가. 의료진이 항상 24시간 내 옆에 있으니 든든한 마음이 든다.
의료진이 입고 있는 흰색 가운, 흰색벽으로 둘러싸인 병실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나. 하루 이틀 병세에 따라 그때 그때 약을 조절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2-3주에 외래를 가고 또 설명하고, 또 약조절하고, 또 2주를 지켜보는 것보다는 훨씬 빨리 빨리 대응이 가능하다.​

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주중에 이런 저런 치료시간들이 있어서 이래 저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 많다.
당연히 주치의도 매일 보고 레지던트들과의 면담도 자주 있다. 대신 생각보다 자주 설문지에 답변을 해야 한다. ​

라. 휴대폰도 가져 들어갈 수 없고 면회도 직계가족만 일주일에 세번만 가능하다.
따라서 세상과...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모든 환경으로부터 100% 차단된다. 이것 또한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마. 주말에는 노래방 타임이 있다. 실컷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치매환자나 조현병 환자가 어찌 노래를 하겠는가. 마이크는 100% 우리 차지다. ㅎㅎ

 

혹시나 내가 입원했던 병원이 궁금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서 내가 외래를 다니고 입원도 했던 병원을 공유하고자 한다.
예전에 말도 많고 뉴스도 많았던 곳이다. 나와는 인연이 깊은 곳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끊임없이 내 머리속에 맴도는 질문...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불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